사장님, 그 집 '전대 동의' 받으셨어요?
단기임대 사업의 가장 치명적인 실수
적은 자본으로 나만의 공간을 꾸며 수익을 창출하는 '단기 임대 사업'. 에어비앤비, 삼삼엠투와 같은 훌륭한 플랫폼 덕분에,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호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. 멋진 인테리어와 좋은 후기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부푼 꿈을 안고, 맘에 드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덜컥 계약하기도 합니다.
하지만 잠시만요.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빠뜨리진 않으셨나요? 바로 건물주, 즉 임대인의 '전대 동의'입니다.
많은 예비 사장님들이 "나중에 문제가 되면 말하지 뭐", "한두 달 잠깐 빌려주는 건데 괜찮겠지"라고 가볍게 생각하곤 합니다. 하지만 임대인의 동의 없는 사업 시작은, 아무리 멋지게 지어도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. 오늘은 왜 전대 동의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, 그 법적, 행정적, 사업적 이유를 명확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.
1. 당신은 이제 '전대인'입니다: 전대차의 개념
먼저 용어부터 확실히 해야 합니다. 사장님께서 건물주에게 월세를 내고 공간을 빌리는 것은 '임대차'이며, 사장님은 '임차인'입니다. 그리고 그 빌린 공간을 다시 새로운 손님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행위가 바로 '전대차(轉貸借)'이며, 이 순간부터 사장님은 '전대인'이 됩니다.
우리나라 민법은 이 '전대차'에 대해 명확한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.
2. 전대 동의가 필수인 3가지 이유
이유 1: 법적 리스크 - 계약 해지의 위험
민법 제629조 (임차권의 양도, 전대의 제한)
①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.
② 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.
법 조항은 어렵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. "집주인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면, 집주인은 당신과의 계약을 끝낼 수 있다."는 뜻입니다.
아무리 멋지게 인테리어를 하고 손님들의 예약이 꽉 차 있어도, 임대인이 이 사실을 아는 순간 '계약 해지'를 통보하면 모든 것을 잃고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수 있습니다. 이는 사업의 기반인 '공간'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습니다.
이유 2: 행정적 리스크 - 사업자 등록 불가
합법적으로 세금을 내고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'사업자 등록'이 필수입니다. 세무서에서는 사업자 등록 신청 시, '해당 주소지에서 사업을 할 정당한 권리'를 증명하라고 요구합니다.
이때 필요한 서류가 바로 '임대차 계약서'와 '전대 동의서'입니다.
만약 '전대 동의서'가 없다면, 사장님은 해당 공간에서 전대 사업을 할 권리를 증명할 수 없으므로 사업자 등록 신청 자체가 거절됩니다. 즉, 합법적인 사업자로서의 첫발을 뗄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.
이유 3: 사업적 리스크 - 불안정한 사업 구조
사업자 등록 없이는 모든 것이 불안정해집니다.
- 영수증 발급 불가: 게스트가 경비 처리를 위해 현금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를 요구해도 발급해 줄 수 없습니다.
- 비용 처리의 문제: 차량, 월세, 비품 구매 등 사업에 들어간 비용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.
- 정책 자금 및 대출 불가: 사업자 대상의 정부 지원금이나 은행 대출 신청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.
결국 '임대인 동의'라는 작은 허들 하나를 넘지 않으면, 사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이 되고 맙니다.
해결책: 정중하지만 당당하게 동의를 구하세요
가장 좋은 방법은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임대인에게 먼저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입니다. "제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, 전문가 수준으로 집을 깨끗하게 관리하겠습니다", "장기 계약으로 공실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" 와 같은 점을 어필하며, 반드시 구두 약속이 아닌 서면으로 된 '전대 동의서'를 받아두어야 합니다.
단기 임대 사업에서 '전대 동의'는 '하면 좋은 것'이 아니라, '하지 않으면 안 되는'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첫 관문입니다. 소중한 보증금과 투자금, 그리고 사업에 대한 열정을 지키고 싶으시다면, 반드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임대인의 동의를 얻고, 튼튼한 기반 위에서 사업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.